다들 대놓고 드러내지 않아 그렇지 덩치 큰 성인 남성들도 핑크색상을 상당히 좋아한다. 특히 PC 하드웨어나 주변기기에 핑크색이 섞이면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다만 이는 대부분 누가 확인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공간에 한정된다.
그렇다면 개방된 공간에서 핑크색 기기를 쓴다면 어떨까? 핑크 커밍아웃은 조금 다르다. 호기심 어린 주변의 시선에 수치심을 느낄 수 있다. 핑크가 부끄러운가? 용기를 내야 한다. 핑크를 써도 당당한 세상을 만드는 첫 단추는 당신의 용기다. 레이저는 이에 맞춰 핑크 아이템 끝판왕이라 볼 수 있는 핑크 노트북을 선보였다. 고급스러운 핑크 비즈니스 노트북. 비즈니스라는 명분도 주어졌다. 자 가자 핑크의 세계로.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나갈 때는 아니란다.
훌륭한 명분, 핑크 비즈니스 노트북
성인 남성이 핑크색 노트북을 사용한다면, 필연적으로 주변인에게 질문을 받게 된다. “핑크네?” 그 다음에는 선택지가 나뉜다. 기기 자체에 대한 궁금증이라면 상냥하게 답해주면 된다. 그러나 “이런 거 좋아해?”라고 취향을 의심받는 질문이 들어온다면, 가볍게 대답해주자. “비즈니스 노트북이에요” 하면 보통 “아~” 하고 끝난다. 그래도 왜 굳이 “핑크를 했어?” 하면 “이게 성능이 좋아서요”라 하자. 스리슬쩍 물타기로 빠져나가는 데는 최고의 수단이다. 이 정도면 핑크 노트북을 사용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명분이다. 하지만 더 물어본다면 “예뻐서요” 하고 진실된 마음을 담아 핑크 커밍아웃을 하도록 하자.
그런 핑크 노트북은 지금까지 여러 제조사에서 선보였는데, 대부분 무난함을 추구했다. 핑크 베이스에 다른 색상을 섞어 평범한 노트북과 비교해 위화감이 없게 만든다. 간혹 부담스러울 정도로 강렬한 핑크색을 뽐내는 제품군도 있긴 한데, 색상에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수 있다. 그렇다면 무난함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핑크색 노트북이 있다면 어떨까? 실질적으로 핑크 노트북 끝판왕이라 볼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할 Razer Book 11Gen G2 UHD Quartz(레이저북 11세대 G2 UHD 쿼츠, 이하 레이저북 G2 쿼츠)가 이에 해당된다. 비즈니스북이지만 레이저의 고성능 하드웨어의 전통을 이어받은 노트북이다. 인텔 프리미엄 노트북 라인업인 Evo 노트북 제품군이라 성능이 좋다. 빠른 충전, 오래 가는 배터리, 빠른 사진 및 비디오 편집 속도, 빠른 부팅 시간 등이 특징이다. 거기에 초소형 디자인과 13.4형 슬림 베젤 디스플레이를 갖췄다. 배터리 수명은 최대 10시간 이상이다. 11세대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를 사용해 멀티태스킹에 강하다. THX SPATIAL 오디오가 탑재돼 콘텐츠 감상에도 최적화됐다.
제원
프로세서 - 11세대 인텔 코어 i7-1165G7
OS ? 윈도우 11 홈
디스플레이 ? 13.4 UHD 60Hz 디스플레이
스토리지 ? 1TB
메모리 ? 16GB LPDDR4x 4266MHz(온보드/시스템 듀얼 메모리 지원)
키보드 ? RGB로 구동되는 키 단위 RGB. 안티 고스팅
네트워크 ? 인텔 와이어리스 AX201, 블루투스 5.1
배터리&어댑터 ? 55WHr, 65W 파워 어댑터
터치패드 ? 마이크로소프트 프리시전 글래스 터치 패드
포트 ? USB 3.1 Gen1 x1, 썬더볼트4(USB-C) + 전원x2, HDMI 2.0 x1, 마이크로SD슬롯 x1
오디오 - 3.5mm 콤보잭, 2 스피커+스마트 앰프, THX Spatial Audio, 4 Mic Array
추가 기능 ? 인텔 플랫폼 Trust Technology(인텔 PTT) 보안 내장, TPM 2.0, 윈도우 헬로 내장 IRHD 웹캠(1MP/720P)
크기 ? 295.6x198.5x15.15mm
무게 ? 1.4kg
작고 가볍지만 너무나 선명한 화면
우선 색상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레이저북 G2 쿼츠의 핑크 색상은 연분홍빛이다. 팬톤 컬러 기준으로 로즈 쿼츠와 핑크 아이싱 사이에 있을 법한 색상인데, 사무실 내 여직원들과 주변 지인들에게 호불호를 물었을 때 대부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존예네요" 또한 그늘이 질 때와 빛이 반사됐을 때의 색상이 다르다. 빛이 반사될 때의 색상이 훨씬 더 아름답다. 아무튼 결론은 색이 예쁘다는 것이다.
색 외의 디자인은 기존 레이저 블레이드 시리즈와 비슷하다. 상판에는 지문이 잘 안 묻는다. 레이저 로고는 빛의 방향에 따라 반짝거리며 빛난다. 측면 모서리는 곡면으로 처리돼 부드럽다. 노트북이 닫힌 상태에서는 잘 열리지 않아 안정적이다. 펼 때는 노트북 정중앙 부분의 홈에 손가락을 걸어 열어야 한다. 하단에는 고무가 크게 붙어 있어 땅바닥에서 조금 들려 있다. 해당 부분으로 찬 바람을 빨아들여 열기를 식힌다.
두께는 15.15mm로 후반의 초경량 노트북과 평범한 노트북 사이에 있다. 베젤도 4면이 다 얇은 편이다. 덕분에 화면에 몰입이 잘 된다 또한, 베젤이 얇다고 해서 노트북 디스플레이 내구도가 낮은 것도 아니다.
무게는 1.4kg으로 13형 노트북 중에서는 조금 묵직한 편인데, 그래도 마감 및 성능을 생각하면 마냥 묵직하다고 볼 건 아니다. 크기는 작은 편이라 휴대에 별 문제는 없다. 배터리는 55WHr이다. 배터리 절약 모드로 설정하고(레이저 시냅스도 절약 모드로 설정했다) 잔여 배터리 92% 상태에서 사용 가능한 시간을 확인했는데, 8시간 12분으로 확인된다. 이 정도면 배터리 관리에 따라 야외에서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다.
어댑터는 65W 제품군으로 동급 노트북보다 좀 더 높다. 급속 충전 기능이 지원돼 30분을 충전하면 최대 4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PD 충전은 당연히 지원한다. 100W PD 충전기와 레이저북 G2 쿼츠를 충전 전력이 표시되는 USB Type-C 케이블로 연결한 뒤, CPU-Z 벤치마크를 실행했다. 멀티 스레드 테스트에서 충전 전력이 80W 정도로 표기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연결 포트는 USB 3.1 Gen1 x1, 썬더볼트4(USB-C) + 전원x2, HDMI 2.0 x1, 마이크로SD슬롯 x1이 지원된다. Type-A 포트는 일단 한 개라도 있으니 쓸 수 있다. 나머지는 썬더볼트4 단자와 허브 등을 통해 해결하면 된다. 사실 13.4인치 노트북치고 포트 구성은 우수한 편이다.
화면은 13.4인치 노트북인데 UHD다. 그 크기에 UHD? 그런데 UHD가 들어가서 나쁠 건 없다. 디스플레이 배율을 조절해 사용하면 화면이 아주 선명해서 좋다. 16:10 3840x2400 해상도며 기존 16:9 화면비인 3840x2160보다 세로 영역이 더 길다. 거기에 고릴라 글래스 6으로 내구성이 높고 비즈니스 노트북답게 터치 스크린이 탑재됐다. 힌지를 180도로 펼쳐두고 사용할 수는 없긴 한데, 이대로도 쓸 만하다. 화면은 글레어 타입이라 빛 반사가 잘 되지만 쨍하게 보인다. 웹캠은 당연히 포함된다.
키보드는 13.4인치답게 텐키리스 배열이다. 비즈니스북이기에 우측 방향키는 크기를 타협한 상태고, 덕분에 우측 시프트도 정상 크기로 지켜냈다. 키가 눌리는 깊이는 높지도 낮지도 않고 적당하다. 구분감은 확실한 편이라 오타가 잘 나지는 않는다. 터치패드는 정중앙에 있다. 팜레스트에 손을 올려두고 타이핑을 하면 엄지 부분이 터치패드로 들어온다. 그렇다고 해서 타이핑에 지장이 가지는 않는다.
RGB 효과는 엄청나게 화려하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제작사가 그 게이밍 기어의 명가 레이저다. 레이저 시냅스를 통해 레이저 크로마 RGB 효과를 적용할 수 있다. 광량도 높은 편이라 키 밝기를 최대로 높이면 밝은 곳에서도 선명하게 효과가 보인다. 또한, 게이밍 노트북은 아니지만 특정 게임을 즐길 때 RGB 효과가 지원된다. 예를 들어 오버워치 등을 구동하면 캐릭터를 선택할 때 해당 캐릭터를 상징하는 색상에 맞춰 RGB 효과가 변경된다.
쿨링 솔루션은 13.4인치 노트북 중에서는 가장 뛰어난 편이다. 베이퍼 챔버 냉각 시스템이 장착됐다. 덕분에 영상 편집 및 렌더링 작업 시에도 고성능을 유지한다. 이는 내장 그래픽 Iris Xe Graphics를 활용해 게임을 즐길 때도 적용된다. 참고로 LPDDR4x 4266MHz 듀얼 채널 구성이기에 내장 그래픽 성능도 상당히 뛰어난 편이다.
성능은 어떨까
성능을 확인해 보자. 레이저북 G2 쿼츠는 테스트 시에는 전원 관리 옵션을 ‘고성능’으로 설정했고, 레이저 시냅스에서는 성능 모드에서 ‘성능’으로 설정한 뒤 테스트를 실행했다.
CPU-Z 벤치마크
크리스탈디스크마크
온도 & 소음 & 블렌더 벤치마크
블렌더 벤치마크 도중 온도는 상판 35.5도, 후면 에어벤트 부분이 39.4도로 확인된다. 최대 온도는 100도를 찍고 70도 중반에서 80도 초반으로 확인된다. 올코어 클럭은 2.9~3.0GHz을 오간다. 블렌더 결과는 8분 27초로 측정된다.
PCMARK 10
3DMARK
게임
마치며
핑크로 예쁘게 생긴 외관 때문에 성능은 좀 그렇겠지 하고 예상했는데, 엄청난 오산이었다. 13.4인치라고는 믿기지 않는 성능이다. 특히 내장 그래픽 성능은 인텔 아이리스 Xe 그래픽스에서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준다. 특정 게임에서는 MX 450에도 견줄 정도다. 그러면서 비즈니스 노트북으로써도 완성도가 뛰어난 편이다. 성능 좋은 핑크 노트북이 출시되기만을 기다려왔던 독자라면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사실상 현존 핑크 노트북의 정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