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PC와 TV의 융합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보급된 이후로는 이러한 모바일 IT와 TV의 연결을 시도하는 경우가 더 많아지고 있습니다. MHL과 같은 유선 연결부터 미라캐스트나 DLNA와 같은 무선 연결까지, 모바일 IT 기기가 TV와 연결하는 방법은 꽤 다양합니다.
아이폰 / 아이팟 / 아이패드는 물론 맥북 등의 맥 계열 PC까지 연결 가능한 애플 TV
이러한 일환으로 애플에서는 자사의 애플 제품들을 TV에서 쓸 수 있게 해주는 애플 TV가 있으며 삼성이나 LG는 미라캐스트 관련 동글이나 무선 연결 기능을 스마트 TV에 내장시키기도 하고 통신사 IPTV의 셋탑박스에서도 부분적으로 특정 기능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 TV는 일반 TV보다 가격이 비싸고 애플 TV는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으며 IPTV의 셋탑박스 등을 활용하려면 매달 일정 비용을 내야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출시된 구글의 크롬캐스트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한 제품입니다. 판매 가격도 정가 49,900원으로 아주 비싼 편이 아니며 안드로이드 / iOS 뿐만 아니라 PC나 맥과 함께 사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구글의 크롬캐스트. 근데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습니다.
작은 크기, 다소 애매한 설치
크롬캐스트는 TV의 HDMI 단자에 연결하는 제품입니다. HDMI 단자가 있는 TV나 모니터에서 사용 가능한데 USB 전원이 추가로 필요하기 때문에 전체적인 설치가 다소 복잡한 편입니다. TV에 USB 단자가 있다면 TV의 USB에 연결해도 되지만 TV에 USB 단자가 없을 경우 제품에 동봉된 AC 어댑터를 연결해야 정상적으로 작동합니다.
크롬캐스트의 외형
뿐만 아니라 크기는 작지만 TV에서 쓰이는 HDMI 케이블 커넥터보다는 굉장히 큰 크기이기 때문에 TV의 HDMI 단자 위치에 따라서는 설치가 애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동봉된 HDMI 연장 케이블을 연결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 TV를 벽에 걸었을 경우 크롬캐스트는 정상적인 설치가 불가능합니다.
이럴 경우 동봉된 연장 케이블로 연결하면 됩니다.
그리고 반드시 무선랜을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어야 합니다. 집 안의 유무선 공유기에 (무선으로) 연결해서 쓰는 제품이기 때문에 무선랜(Wi-Fi) 환경을 체크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크롬캐스트 리뷰의 시연은 필자의 신혼집 안방에서 진행됩니다.
TV와 연결한 크롬캐스트. HDMI 단자의 위치와 USB 단자 덕택에 간단하게 설치했습니다.
TV는 현재 다음과 같이 연결되어 있으며 (크롬캐스트는 HDMI 2에 연결),
집 전체의 네트워크 구성도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크롬캐스트를 본격적으로 사용해보겠습니다.
쉬운 초기 설정과 사용
TV 전원을 키고 크롬캐스트가 연결된 HDMI 단자를 선택하면 간단한 초기 설정이 나옵니다. 안드로이드나 iOS(아이폰 / 아이패드)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초기 설정이 가능하며 초기 설정이 끝나면 바로 크롬캐스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크롬캐스트는 구글에서 만든 제품이기 때문에 우선 구글 서비스 위주로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서비스로는 유튜브와 구글 플레이 비디오입니다. 필자의 테스트 환경에서 유튜브는 재생이 잘 되었고 구글 플레이 비디오의 경우 재생 초반엔 꽤 많은 딜레이가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정상적인 재생이 가능합니다.
크롬캐스트의 유튜브 / 구글 플레이 비디오의 영상 재생
크롬캐스트로 해당 동영상을 감상하게 되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은 크롬캐스트의 리모컨 역할만 하고 동영상 관련 스트리밍 서비스와 재생은 모두 크롬캐스트에서 이루어집니다. 스마트폰 / 태블릿에서 스트리밍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스마트폰 / 태블릿에서는 다른 작업들을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을 받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이 없으면 크롬캐스트를 조작할 수 없는 단점도 존재합니다. 즉, 스마트폰 / 태블릿을 크롬캐스트의 리모컨으로 활용하는 셈인데요, 시간이 지나면 크롬캐스트와 스마트폰 / 태블릿의 연결이 끊어지기도 하고 가전제품 리모컨의 직관성은 없기 때문에 크롬캐스트를 조작하는 것이 생각만큼 편하지도 않습니다.
크롬캐스트를 영상을 볼 때는 스마트폰 / 태블릿이 필요치 않지만, 크롬캐스트를 조작할 때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스마트 TV를 사용하는 사용자라면 유튜브나 구글 비디오를 위해 크롬캐스트를 살 일은 없어보입니다. 2013년형 삼성 스마트 TV를 기준으로 할 경우 리모컨 조작으로도, 스마트폰/태블릿 조작으로도 비교적 간편하게 유튜브 관련 컨텐츠를 감상할 수 있으며 구글 플레이 비디오의 경우도 미라캐스트 등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 스마트 TV에서 유튜브 영상을 감상할 때. 구글캐스트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영상에는 없지만) 구글캐스트와는 다르게 TV 리모컨으로도 영상을 제어할 수 있습니다.
구글 서비스만 지원할까?
그리고 순수한 구글 서비스만으로 동영상을 감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유튜브는 사용 빈도가 많지만 주로 실시간 중계 혹은 시간이 짧은 영상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인데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보는 방송이나 내가 저장한 동영상들은 구글 서비스만으로는 보기가 힘듭니다.
그렇다면 크롬캐스트 역시 구글 서비스 이외의 동영상이나 미디어 재생이 가능해야 한데요, 우선 가능성은 있습니다. 크롬캐스트를 위한 SDK가 공개되었기 때문에 앱 개발자들이 활용만 하면 스마트폰 / 태블릿의 동영상을 크롬캐스트로 보내서 TV로 재생하거나 실시간 방송 또한 마찬가지로 크롬캐스트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크롬캐스트의 출시가 그렇게 오래 되지 않아서 그런지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미디어 관련 앱은 많지 않습니다. 일부 동영상 재생 앱들은 크롬캐스트를 지원하기는 하는데 자막이나 동영상 재생 기능 자체가 그리 좋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의 동영상을 크롬캐스트로 보내주는 앱들. 대부분 앱들의 완성도가 좋은 편은 아닙니다.
국내에서 많이 쓰는 MX 플레이어나 다이스 플레이어 등에서 지원해줘야 원활한 사용이 가능할 듯 합니다.
티빙이나 호핀과 같은 유료 모바일 TV 서비스에서 크롬캐스트를 지원하기는 하는데 안드로이드만 지원하고 iOS는 현재까지 미지원이거나 공중파나 야구채널 같은 인기 채널들은 크롬캐스트 연동이 제한되는 등의 난점들이 있습니다.
크롬캐스트 vs 다른 스마트 셋탑박스들
현재까지 필자가 판단하는 크롬캐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구글 관련 영상 서비스만 원활한 사용 가능
- 그 외의 기능들은 이용이 어렵거나 불가능
- 스마트폰 / 태블릿을 리모컨으로 써야 하기 때문에 떨어지는 편리성
오로지 이런 류의 제품 치고는 아주 비싼 가격이 아닌, 49,900원이라는 가격만 약간의 납득이 갈 뿐입니다.
그렇다면 크롬캐스트의 경쟁 제품들과 비교할 경우는 어떨까요? 스마트 기능이 포함된 스마트 TV하고 PS4와 같은 게임기까지 모두 비교하면 다음과 같은 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크롬캐스트와 나머지 스마트 셋탑박스(TV)와의 비교
크롬캐스트의 장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 그리고 범용성 정도입니다. 애플 TV의 경우 범용성은 떨어지지만 아이폰 / 아이패드 / 맥북 등을 같이 쓴다면 활용도가 상당히 좋아집니다. 베어본 PC의 경우 TV에서 간편하게 사용 가능한 인터페이스는 아니지만 PC의 모든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며 스마트 TV의 자체 기능은 간단하게 동영상 감상하고 간단한 정보 확인 정도라면 예상 외로 쓸만한 부분들도 존재합니다. PS4와 같은 콘솔게임은 말 그대로 게임에 최적화 된 제품이기 때문에 호불호가 극명합니다.
크롬캐스트는 TV와 연결 가능한 스마트 셋탑박스 중에서 기능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결국 크롬캐스트는 스마트 TV를 쓴다면 스마트 TV보다 훨씬 못합니다. 추후에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앱들이 많아지면 활용도가 늘어나겠지만 그래봤자 DLNA나 미라캐스트보다 약간 나은 정도 밖에 안 됩니다. 필자의 경우 마이크로서버에 동영상을 저장한 후 TV의 DLNA 기능을 마이크로서버의 동영상을 바로 TV로 보는 중인데 크롬캐스트가 있다 하더라도 현 체제보다 편하게 동영상을 볼 수는 없습니다.
스마트 TV가 없다면 크롬캐스트를 구입해 볼 법 하겠지만 지금 당장 활용 가능한 범위는 매우 제한적입니다. 티빙이나 호핀 같은 모바일 TV에서 인기 채널을 볼 수 있게 바뀌어야 하고 MX 플레이어나 다이스 플레이어와 같은 동영상 앱에서도 크롬캐스트를 제대로 지원해야 그럭저럭 쓸만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49,900원과 호기심을 바꾸고 싶다면 바로 구입하세요!!
스마트 TV는 없지만 유튜브 영상을 TV로 보고싶다면 크롬캐스트는 생각보다 쏠쏠한 제품이 될 수 있습니다. 혹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 구입한 동영상이 많다면 크롬캐스트의 활용도는 더욱 올라갈 것입니다. 그런데 크롬캐스트의 용도는 여기서 끝납니다. 이 두 가지 용도가 아니면 크롬캐스트로 볼 수 있는 영상들은 매우 제한적인 것이 현 상황입니다.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환경이 다양해지기를 바라면서 이 제품을 구입하겠다고 생각하면 정말로 크롬캐스트를 지원하는 환경이 다양해 진 후에 구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즉, 당분간 이 제품을 구입할만한 이유는 별로 없어보입니다.
에누리닷컴 이홍영 기자 (openroad@enu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