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가끔 해괴한 제품을 만들 때가 있습니다. 가격과 상관 없이 좋은 제품이 나올 때도 있고 가격도 성능도 이상한 제품이 나올 때도 있으며 가끔 실수(...)를 하면 괜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이 나오기도 합니다.
2003년에 출시된 바이오 X505 익스트림. 10.4" 크기에 약 780g이라는 기적적인 휴대성을 보여줬는데
출시 당시 가격도 35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게임 분야에서도 가끔 특이한 제품들이 출몰하고는 했습니다. 가장 대표작인 제품이 PSP go인데요 최종적으로는 여러 모로 망작이 된 기종입니다.
UMD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외면을 받았던 PSP go
게임 쪽의 기행은 PSP go 이후로 한동안 잠잠했는데 최근에 등장한 비타 TV가 이러한 소니의 기행을 이어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PS 비타 TV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제품이긴 한데 "누구도 이런 제품이 필요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안 했기 때문입니다.
PS 비타 TV: PS 비타를 TV로
PS 비타 TV의 개념은 매우 간단합니다. 휴대용 게임기인 PS 비타를 TV에 연결해서 하기 위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PS 비타 TV가 나올 필요도 없고 PS 비타에 TV 아웃 기능을 추가하면 될 일이었습니다.
PS 비타 1세대의 경우 정체 불명의 커넥터가 존재합니다.
추후 소니에 발표에 의하면 원래 TV 출력을 위한 커넥터였는데 최종적으로는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된 커넥터입니다.
결국 PS 비타의 최초 계획에는 TV 출력까지 염두 했다는 뜻인데요 PS 비타 2세대는 아예 이 커넥터가 삭제되었고 1세대 비타 역시 TV 출력 기능은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PS 비타 TV가 나왔습니다. PS 비타의 하드웨어를 기반으로 컨트롤러와 디스플레이를 삭제한 제품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PS 비타 TV의 외형
PS 비타에서 디스플레이와 컨트롤러가 빠졌기 때문에 크기는 매우 작습니다. 크기만 놓고 보면 대부분의 스마트폰보다 작고 두께 역시 후방 커넥터를 위해 (스마트폰보다) 좀 더 두꺼울 뿐입니다.
아이폰 5s와 PS 비타 TV의 크기 비교.
아이폰 5s가 소형 스마트폰임을 감안하면 PS 비타 TV의 크기는 꽤 작다 할 수 있습니다.
크기가 작기 때문에 TV와 연결할 경우 거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으며 비타 TV를 조작하는 듀얼 쇼크 또한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으니 TV 뒤에 붙여놓는다거나 하는 식의 처리도 가능할 것입니다.
양면 테이프로 PS 비타 TV를 TV 뒤에 붙여놨습니다.
PS 비타 TV의 문제점 1: 비타 게임이 안 돌아간다?
PS 비타 TV가 정상적으로 설치되면 PS 비타에서 보던 홈 화면을 TV로 볼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PS 비타를 TV 출력한 것과 동일한 느낌으로 쓸 수 있을 듯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PS 비타용 게임이 PS 비타 TV에서 구동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PS 비타용 MLB: THE SHOW 13는 PS 비타 TV에서 실행이 안 됩니다.
극히 일부 비타용 게임이 PS 비타 TV에서 안 돌아간다면 납득이 가겠지만 현재 알려진 바로는 전체 비타용 게임 중 절반 정도는 PS 비타 TV에서 실행이 안 되는 것 알려져 있습니다. 필자가 갖고 있는 PS 비타 게임들은 모터스톰 RC만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필자가 소유 중인 PS 비타용 게임의 비타 TV 구동 여부. 거의 모든 게임들은 PSN 플러스의 무료 배포 게임들입니다.
결국 필자가 소유중인 게임 중 PS 비타 TV에서 구동 가능한 게임은 PSN에서 다운받은 PSP 게임이나 PS1 게임 정도입니다. PSP 게임이나 PS1 게임을 TV로 하려면 PSP go를 구입해도 됩니다. PSP go도 TV 출력 기능을 지원하며 듀얼 쇼크 3를 연결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클래식 게임인 파이널 판타지 7은 PS 비타 TV에서도 구동이 잘 되며
필자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PSP 게임인 총성과 다이아몬드도 잘 됩니다.
그런데 위의 게임들은 PSP go에 TV를 연결해도 잘 됩니다.
(TV에 PSP go를 연결한 후 파이널 판타지 7을 실행한 사진)
적어도 필자가 갖고 있는 게임들을 기준으로 한다면, PS 비타 TV를 산 이유가 비타 게임을 하기 위해서인지 PSP / PS1 게임을 하기 위해서인지 구분이 잘 안 갑니다.
PS 비타 TV의 문제점 2: PS4 리모트 플레이는 왜 안되나?
PS4가 출시되면서 PS4와 PS 비타의 리모트 플레이는 많은 호평을 받는 기능입니다. 그런데 PS 비타 TV는 이 기능이 삭제되어 있습니다.
PS 비타에서만 존재하는 PS4 링크. PS 비타 TV는 이 기능이 아예 없습니다.
PS 비타 TV에서 PS4 리모트 플레이가 가능할 경우 거실에서 PS4로 게임을 하다가 방 안의 모니터에 연결된 비타 TV를 통해 방에서도 PS4 게임을 할 수 있는 식의 응용이 가능할 텐데 일단 안 됩니다.
PS 비타 TV가 PS4 리모트 플레이를 지원하지 않는 이유로는 컨트롤러 지원이 가장 유력한 문제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PS 비타 TV는 현재 PS3용 컨트롤러인 듀얼 쇼크 3만 연결 가능한데 PS4의 듀얼 쇼크 4와는 기능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PS3용 듀얼쇼크 3와 PS4용 듀얼쇼크 4.
듀얼쇼크 4는 터치스크린, 라이트바, 사운드 출력 등의 새로운 기능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추후에 업데이트를 통해 비타 TV에서도 PS4 리모트 플레이를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은 안됩니다.
PS 비타와 PS4의 리모트 플레이. (필자의 집에 있는 PS4를 회사에서 PS 비타로 구동한 영상입니다.)
PS 비타 TV에서 PS4 리모트 플레이를 지원할 경우 거실에 있는 PS4 게임을 방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을 것입니다.
결론: 좀 안 좋거나 많이 안 좋거나
PS 비타 TV를 사고 싶다면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 내가 갖고 있는 게임, 혹은 내가 하고 싶은 게임은 PS 비타 TV를 지원하는가?
- PS 비타 게임을 TV로 하고 싶은가?
불행 중 다행인 점은 가격이 그렇게 비싼 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도 저장용 (비타 전용) 메모리 카드도 구입해야 하고 듀얼 쇼크 3 컨트롤러가 없다면 컨트롤러도 따로 구입해야 하는 등의 추가 비용도 그럭저럭 발생하기 때문에 본체 가격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PS 비타 TV를 통해 PS 비타용 게임을 구동한다 하더라도 PS3나 PS4에 비해서 그래픽 성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그냥 큰 화면으로 비타용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빼면 PS 비타 TV의 장점은 거의 없다 봐도 됩니다.
어찌되었건, PS 비타 TV를 사더라도 당장 할 수 있는 기능은 별로 없습니다. 그나마 PS 비타 TV를 지원하는 비타 게임을 보유 중이거나 이런 게임을 하고 싶다면 이 제품은 좀 안 좋은 제품이 되겠지만 필자처럼 소유중인 모든 게임이 비타 TV에서 할 수 없다면 많이 안 좋은 제품이 될 것입니다.
필자는 PS 비타 TV로 파이널 판타지 7이나 틈나는 대로 할 생각입니다.
에누리닷컴 이홍영 기자 (openroad@enur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