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포스트(PC사랑)=전지윤 기자] 'Make America Great Again(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2016년 첫 대선부터 2024년 대선까지 사용해 온 슬로건이다. 그는 꾸준히 '미국 우선주의'를 주축으로 삼았다. 이는 그의 핵심 공약에서 더 자명히 드러나며, 주 수단은 단연 '관세'다. 그는 선거 유세 기간 동안 관세 정책 강화 의지를 꾸준히 드러냈고 스스로를 '관세맨(Tariff Man)'으로 자칭했다.
트럼프가 한 달 간 빠른 속도로 꾸린 2기 행정부는 '충성파'로 칭해진다. 미국 우선주의를 공격적으로 이행할 수 있는 '원팀'을 꾸린 셈이다. 그중 상무장관,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하워드 러트닉 캔터피츠제럴드 최고경영자(CEO)와 제이미슨 그리어 전 USTR 대표 비서실장 등을 앉혔다. 이 두 직위는 고율 관세 부과 정책 실현을 위한 핵심 자리다. 두 명 모두 관세 강화 공약을 적극 지지하고 강력한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유지해 온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미국 내 수입되는 모든 물품에 최대 20%, 중국산 제품에는 60%까지의 세율을 적용한다고 선포했다. 11월 25일(현지 시간), 그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중국에는 10%, 캐나다와 멕시코에는 각각 25%씩의 추가 관세를 적용하겠다고 언급키도 했다.
문제는 이 같은 관세 강화가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무역에도 일부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 불가피하단 점이다. 기존 한국은 FTA(자유무역협정)에 의해 대미 수출 시 관세 영향이 적었기 때문에, 정책이 시행된다면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한국은 '반사이익'에 기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의 최대 견제 대상은 중국이다. 한국의 전체 수출이 감소할지언정, 한국의 반도체, 기계류, 부품, 소재 등이 지닌 가격 경쟁력 때문에 중국 제품에 대한 고율 차등관세 부과의 '후광'을 직면할 수 있단 의견이다.
산업연구원은 11월 보고서에 수록된 '트럼프발 보편관세 및 중국산 고율관세 부과 시나리오'를 통해 한국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반도체, 기계류 등 품목의 경우 대체효과가 크게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2021년부터 2023년까지의 대미 평균 수출액 대비 약 2.2~2.6%의 수출 증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中 견제 '반사이익'... 韓 배터리 '주목'
트럼프 취임 후 발표될 정책 방향은 중국을 향한 '관세 채찍'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다수다. 이와 함께 중국 견제 기조가 보다 강해질 시 공급망 재편 가능성에 한국 기업이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대(對)중 무역 갈등은 트럼프 1기 시절(2017~2021년)과 조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지속됐다. 이에 2023년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444억달러(한화 약 62조원)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통계에 따르면 미국 수입 시장 내 중국 점유율은 2018년 22%에서 2023년 14.1%까지 크게 줄었지만 같은 기간 한국의 점유율은 3%에서 3.8%까지 성장했다.
이 같은 반사이익 수혜 업종으로는 '배터리'가 꼽힌다. 미국 관세청에 따르면 중국산 배터리에 현재 부과되는 세율은 10.9%다. 트럼프의 예고대로 10% 추가 관세 도입 시 20.9%가 되고, 바이든 정부에서의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정책이 지속된다고 가정한다면 세율은 40% 수준까지 오른다. 그런데 미국 내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는 대부분 중국산이다. 이것이 한국 배터리 기업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 대표 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미국 내 ESS용 배터리 생산 설비를 갖춘 상태다. 현지에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수주 성장도 기대해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기술 보급, AI 산업의 고속 발달 등도 유효한 요인이다.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재생에너지 등 공급에 필요한 ESS 수요도 뛰었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츠는 미국의 ESS 시장 규모가 2023년 686억달러(약 95조 7400억원)에서 연평균 15.5%의 성장을 보이며 2032년 2493억달러(약 34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AI,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관세 리스크 '저노출'
AI 산업에 대한 투자는 하드웨어를 시작으로 전력인프라,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으로 흐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에 맞춰 투자자들이 '하드웨어'보다 성장성이 돋보이는 '소프트웨어'로 시선을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소프트웨어는 관세 리스크에 비교적 자유롭다. 실물 상품을 다루는 사업군이 아니라 수출입 시 따로 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세계 경제가 악화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산업 전 분야에 AI 기술이 자리하는 만큼 소프트웨어에 대한 차단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방어력'이 상당한 셈이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시 소프트웨어 업체들에 대한 투자가 본격 확대되며 '주도주'가 바뀔 수 있다고도 평가한다.
한소은 KB증권 연구원은 "생성형 AI 시장이 커지면서 AI 반도체에 대한 수요도 이어지겠지만, 이익 모멘텀 방향성 한계, 수출 규제 부담 요인이 존재한다"며 "그러나 소프트웨어의 경우 AI 기반 서비스 출시가 본격화되고, 대선 이후 기업 투자 재개로 인해 새로운 주도주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승두 SK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은 AI칩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성장 이후에 대한 준비를 시작하는 분위기"라며 "가장 주목해야 할 분야는 소프트웨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혁신 소프트웨어 등장과 성장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생성형 AI와 결합된 형태의 소프트웨어가 시장의 큰 주목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도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