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회의원 3명이 미국 게임 업체들에게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자율 규제를 실시할 것을 서면으로 촉구했다고 더 버지(The Verge) 등 주요 외신들이 보도했다. 다만, 이들이 보낸 문서에는 영국에서 9월 2일부터 시행되는 ‘연령 적합 설계 코드’(AADC)가 언급됐는데, 이는 확률형 아이템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정책은 아니다. 국회의원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우려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게임 업체들에게 조금 더 관련성이 높고 직접적인 자료를 제시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
미국 에드워드 마키 상원의원, 캐시 캐스터 하원의원, 로리 트라한 하원의원은 최근 굴지의 게임 및 엔터테인먼트 업체 12곳에 문서를 보냈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에픽게임즈, MS, 닌텐도, 라이엇게임즈, 나이언틱, 로블록스, 소니, 디즈니 등이 해당됐다. 문서의 주요 내용은 영국에서 9월 2일부터 시행되는 ‘연령 적합 설계 코드’(AADC,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하자는 정책)를 미국에서도 적용하라고 촉구하는 것이다. 그리고 각 업체들은 영국의 ‘연령 적합 설계 코드’(AADC)를 이를 준수할 의사가 있는지를 8월 26일까지 답변해달라고 전했다.
영국의 ‘연령 적합 설계 코드’(AADC)는 2020년에 만들어졌고, 오는 9월 2일부터 시행된다. 주 내용은 앱, 게임, 웹사이트 등의 디지털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이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를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기본 설정을 ‘높은 수준의 개인 정보 보호’로 한다든지,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는 일반적으로 공유하면 안 된다든지, 위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비활성화되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3명의 국회의원이 미국에서 활동하는 12개 업체들에게 서면을 보낸 주된 사유는 ‘확률형 아이템’인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서에는 “온라인 게임은 여러 가지 이점이 있지만, 미성년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한다. 또한, 미성년자들이 폭력적인 콘텐츠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라며 “특히, 확률형 아이템은 도박과 유사하며, 미성년자들은 이런 요소에 취약하다. 지금 시행되고 있는 ESRB의 자녀 보호 기능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전했다.
문제는 영국의 ‘연령 적합 설계 코드’(AADC)가 확률형 아이템 때문에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임도 디지털 서비스이기 때문에, 미성년자의 개인정보를 보호하자는 이 정책의 대상에 게임 산업도 포함되지만, 확률형 아이템이나 이와 비슷한 것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게임 업체를 상대로 이 정책을 언급하면서 별로 상관이 없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주문을 한 것이다. 이 기사를 보도한 몇몇 외신들도 “3명의 국회의원들이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은 알겠는데, 관련 자료에 대해서는 아무래도 번지수를 잘 못 찾은 듯하다”라는 취지로 보도했다.
3명의 의원들은 게임 업체들이 미성년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일종의 자율 규제를 만들기를 바라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흐름은 기존에도 있긴 했다. 미국 상원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을 비롯한 유료 아이템을 규제하는 법률안이 발의됐었고, 연방 거래 위원회가 확률형 아이템을 주제로 공청회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 3명의 의원들이 작성한 문서는 주장과 근거가 잘 맞지 않는다. 이러면, 이 문서를 받은 게임 업체 입장에서도 받아들이지 않을 명문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