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김신강 에디터 Shinkang.kim@weeklypost.kr
[2021년 10월 29일] - 애플의 한 발 빠른 선전 포고에 다소 기운 빠진 디즈니 플러스. 전날까지만 해도 인기 만발이면 기대감은 하루아침에 김 빠진 모양새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디즈니플러스가 아무리 콘텐츠로 승부한다고 해도 기습 출시를 선포한 애플 TV 플러스를 막기에는 인지도 면에서 역부족이었다.
딱 8일 앞선 11월 4일, 한국 사용자와 공식적으로 만난다. 그간 국내 주요 언론과 대부분의 OTT 사용자의 관심이 온통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출시와 넷플릭스 간의 경쟁 모드로 쏠려있는 동안 애플 TV 플러스는 사실 관심 밖에 위치한 것이 사실이다.
LG U+, KT에 밀려 디즈니와의 협상에 실패한 SK가 애플과 협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은 간간히 들렸으나 이마저도 SK가 스스로 존재감을 잃지 않기 위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눈으로 보는 해석이 당시 시장 분위기다. 하지만 일순간 분위기는 뒤바뀌었다.
# 애플 OTT 한국에 온다…11월 4일 깜짝 출시
애플은 그간 한국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애플워치 7세대에 들어서야 최초로 1차 출시국이 될 정도로 우선순위에 밀렸으며, 애플스토어의 수도 중국 43개, 일본 10개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서야 서울 여의도에 2번째 애플스토어가 겨우 개장한 수준이다. 한국 사용자가 아이폰에 가장 바라는 사항 중 하나인 애플페이의 도입도 요원하며, 악명 높은 서비스센터의 품질은 늘 도마 위에 올랐다. 라이벌 삼성전자의 종주국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인구 대비 충성 사용자가 많은 한국을 홀대한다는 인상을 짙게 남겼다.
이런 애플의 행보 때문에 저작권을 비롯해 국가별 최적화 작업이 요구되는 번거로운 OTT 서비스를 과연 한국에 출시할 것인지에 대해 애플 팬들조차 낮은 기대감을 보였다. 애플뮤직만 해도 2016년부터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지만 한국 음원을 적극적으로 계약하지 않으면서 유명무실한 서비스가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스포티파이의 한국 진출 이후 애플뮤직에서도 국내 주요 음원을 뒤늦게 접할 수 있게 됐지만 아무래도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는 없다. 그랬던 애플이 26일 전격적으로 애플 TV 플러스를 출시한 것이다.
2019년 미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 TV 플러스는 애플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로 구성된 OTT 서비스다. 국내에도 골수팬이 많은 ‘오피스’의 스티브 카렐, ‘프렌즈’의 제니퍼 애니스턴이 주연을 맡은 ‘더 모닝 쇼’를 시작으로 에미상 역대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7개 부문을 수상한 ‘테드 라소’, 톰 행크스 주연의 ‘그레이하운드’ 등 수작으로 평가받는 다수의 작품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통적인 인기 애니메이션 ‘스누피’ 시리즈의 라이선스도 보유하고 있다. 한국 론칭 날짜에 맞춰 이선균 배우가 주연을 맡은 ‘닥터 브레인’이 첫 한국 애플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될 예정이다.
# 월 6,500원 고품질 OTT 서비스
기존의 유명 작품을 가져와 서비스하지 않고 애플이 직접 하나하나 제작하기 때문에 절대 수는 부족하지만 막강한 자본력을 보유한 만큼 모든 영상이 4K 콘텐츠에 막대한 제작비를 투여해 만들어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 많다. 이미 미국 애플 계정을 통해 애플 TV 플러스를 구독하고 있는 국내 팬도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격 경쟁력도 높였다. 월 6,500원으로 6명까지 즐길 수 있다. 출시를 앞둔 디즈니플러스가 월 9,900원을 예정하고 있고 넷플릭스의 최고 요금이 14,5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애플 TV 플러스의 가격은 분명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디즈니의 마블, 스타워즈, 픽사 등 오랫동안 사랑받은 확실한 킬러 콘텐츠가 부족하고 넷플릭스에 비해서는 가짓수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한계가 있다. 아직은 미국에서도 확실히 자리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성공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TV 플러스뿐만 아니라 애플TV 4K/HD도 들어온다. 애플TV 플러스와 애플TV는 비슷한 이름 때문에 혼동할 수 있는데 애플TV는 셋톱박스 기기다. IPTV를 신청하면 주는 셋톱박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쉽다. 애플TV 플러스는 물론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 왓챠, 웨이브 등을 모두 시청할 수 있다. 4K 화질에 돌비 애트모스, 돌비 비전을 모두 지원한다.
셋톱박스 자체의 성능은 애플답게 가히 최고 수준이다. 초당 60 프레임의 HDR 동영상을 지원해 매끄럽고 생생한 화면을 제공한다. 자체 캘리브레이션 기능을 가지고 있어 아이폰과 연동해 자동으로 감상 중인 작품의 화질을 보정한다. SK와의 제휴 관계가 여기서 드러나는데, B tv 요금제에 가입하면 애플 TV 4K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바로 시청할 수 있다.
문제는 높은 가격인데, 4K 모델은 32기가 23만 9천 원, 64기가 26만 9천 원이다. HD 모델은 32기가 단일 구성으로 19만 9천 원이다. 강력한 경쟁 제품인 크롬캐스트 4K가 국내 정식 진출을 하지 않고 직구로만 구입할 수 있음에도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가격은 1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애플답게 셋톱박스 자체의 퀄리티는 대단히 뛰어난 편이지만, 기능적인 차이 대비 가격의 갭이 다소 심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반드시 이 기기가 있어야 애플 TV 플러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삼성 및 LG 스마트 TV, 플레이스테이션 등에서 앱을 지원하기 때문에 간편하게 즐길 수도 있다. 이번 애플의 깜짝 발표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사실 OTT 서비스보다는 애플 원 요금제다.
애플 원 요금제는 애플 TV 플러스, 애플뮤직, 게임 플랫폼 애플 아케이드, 아이클라우드를 하나의 요금으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단일 요금제다. 개인 요금제, 가족 요금제 두 가지 버전으로 제공되는데 각각 월 14,900원, 20,900원이다. 특히 가족 요금제의 경우 6명이 각자의 계정으로 공유할 수 있어 3,500원 남짓한 금액으로 이 모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점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애플 원 요금제 역시 11월 4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이번 애플의 깜짝 발표는 한국 시장을 더 이상 변방에 두지 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의 연이은 대성공으로 한국 콘텐츠 시장에 대한 매력을 확실히 느낀 것도 애플의 한국 진출을 서두르게 만든 중요한 계기 중 하나로 보인다. 애플 이용자는 아직도 한국에서는 다소 마이너 한 이미지가 있는데, 이번 애플 TV 플러스의 한국 진출이 애플의 한국 시장 대중화를 촉진시킬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현동 에디터 Hyundong.Kim@weekly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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