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LG엔솔 합작 인도네시아 공장서 생산한 배터리 탑재할 듯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기아가 내달 양산에 들어가는 보급형 전기차 EV3에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공장에서 생산하는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NCM 배터리를 탑재하면서도, '보급형'의 강점인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오는 6월 출시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3 '내수용' 모델에 HLI그린파워 인도네시아공장 생산 배터리가 탑재될 예정이다. HLI그린파워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자동차그룹이 합착해 인도네시아에 설립한 배터리셀 공장이다.
기아 전용 전기차에 LG에너지솔루션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가 탑재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업계에서는 내년 상반기 출시될 세단 EV4에도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가 장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당초 NCM 배터리는 동남아시아 시장 공급용으로 생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니켈 매장량 2100톤으로 세계 1위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배터리가 생산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자체가 당장 크지 않아 수요가 적다는 평가가 있다.
이 지역에선 생산되는 NCM 배터리가 기아 EV3에 탑재될 경우 공급과 수요를 맞출 수 있다. 최영석 원주한라대 미래모빌리티공학과 교수는 "HLI그린파워는 원래 동남아 공급용으로 시작됐던 것"이라며 "인도네시아 전기차 판매율이 낮은 상황에서 그나마 현대차그룹 전기차 비중이 큰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아는 지난 2021년 첫 전기차 EV6를 출시한 뒤 지난 3월까지 준중형 SUV EV5와 대형 SUV EV9 등 EV 시리즈를 28만1312대 판매했다. EV3는 기아가 전기차 대중화를 목표로 개발한 모델이다. HLI그린파워 제품이 탑재돼 EV3 가격은 4000만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기아 EV3에 LG에너지솔루션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가 장착하는 것은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한다. 그간 중국 CATL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NCM 배터리가 각 레이 EV와 코나 일렉트릭에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EV3에 국내 기술이 적용된 NCM 배터리를 사용할 경우 정부 보조금 정책에도 강점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NCM 배터리는 중국산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나 재활용 경제성에서 뛰어나다. 환경부가 올해 배터리환경성계수를 도입해 재활용 경제성이 높은 배터리 탑재 차량에 보조금을 더 지급하기로 한 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
배터리업계에선 그간 고가 전기차 모델에 집중하던 사업 모델을 변화시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HLI그린파워 제품은 니켈 비중이 낮아 가격도 떨어져 배터리 경쟁력을 강화한 것"이라며 "일석삼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현대차그룹은 이번 EV3 탑재를 시작으로 인도네시아에서 생산하는 물량을 다방면으로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아 관계자는 "공식 출시되기 전까지 신형 전기차의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