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디넷코리아=권혜미 기자)“직수 정수기처럼 크기는 줄이면서 역삼투압 필터를 탑재할 순 없을까요?”
2018년 6월. 웅진코웨이 현장 인력 ‘코디’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단순히 코디 몇 명이 아니었다.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나오는 요구였다. 회사는 곧장 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한뼘 프로젝트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고 개발과 상품 기획, 디자인 등 33개 팀에서 인력이 모였다. 웅진코웨이 역사상 가장 다양한 부서 간 협업이 이뤄졌다. 이달 초 웅진코웨이가 출시한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의 시작이었다.
황순목 웅진코웨이 워터케어팀장은 “역삼투압 방식 필터의 우수성과 가전제품이 작아지고 슬림해지는 최근 트렌드에 따라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웅진코웨이가 그간 쌓아온 시루(RO 멤브레인) 필터 기술에 부품 소형화 및 정수기 내부 설계 최적화를 통해 한뼘 크기의 직수 정수기를 구현했다”고 말했다.
난제는 ‘필터’였다. 제품 크기를 줄여야 하는데 필터 사이즈까지 줄일 순 없었다. 정수기는 크게 저수조형 역삼투압, 직수형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직수 정수기는 중공사막 또는 나노 필터를 탑재한 제품과 역삼투압 방식의 RO 멤브레인 필터를 채택한 제품으로 구분된다. 역삼투압 필터 막의 구멍 크기는 0.0001㎛로 중공사막 방식의 막의 크기와 비교해 최대 1천배 이상 촘촘하다.
웅진코웨이표 시루직수 정수기는 직수형이면서도 역삼투압 필터를 채용했다.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는 기존 역삼투압 필터가 적용됐음에도 물을 걸러내는 속도를 빠르게 만든 시루직수 정수기의 업그레이드 제품이다. 기존 시루직수 정수기 대비 크기를 약 30% 줄여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가로길이가 성인 남성 한 뼘 정도인 22cm에 불과하다.
“뚜껑이 안 닫힐 줄 알았어요” 황순목 팀장은 “정수기 내부에 빈 곳이 거의 없게 설계됐다”며 “제품 크기를 줄이기 위해 부품 설계 배치를 싹 새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처음 제품 기획을 하고 생산 공장에 방문했을 때, 가로 22cm가 말이 되냐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제품은 물을 마실 때마다 유로에 남은 잔수를 모두 배출하고 갓 정수된 신선한 물을 제공하는 ‘유로 비움 모드’를 탑재해 완벽한 직수를 구현했다.
황 팀장은 “보통 직수 정수기는 필터와 추출구 사이를 연결하는 관 안에 물이 남아있기 때문에 관 안에 머물러 있는 일정량의 물을 마신 후에야 갓 정수된 물을 마실 수 있다”며 “처음 정수된 물을 한 컵 따라 버린 뒤, 두 번째 따른 물을 마시는 고객들을 보며 유로 비움 모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는 기존 직수 정수기에 비해 다소 비싸다. 렌털로 구매 시 월 5만1천원(냉온정 제품/렌털등록비 10만원 자동이체할인 기준)이며 일시불은 240만 원이다. 보통 직수 정수기 월 이용료는 1~3만원대, 일시불 가격은 100만원대다.
이에 대해 황순목 팀장은 “영유아를 키우는 위생에 민감한 가정이나 인테리어를 중요시하는 신혼부부 등 작은 크기에 정수 능력이 우수한 제품을 찾는 프리미엄 소비층을 겨냥했다”고 언급하며 필터가 다르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황 팀장은 출시 2주가 된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 판매가 상승세를 탔다고 귀띔했다. 전작인 시루직수 정수기 성장세 두 배에 달한다고 한다. 아직 TV 광고 등 본격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은 점을 볼 때 고무적인 성과다.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 흥행으로 웅진코웨이가 주도하는 기존 방식의 역삼투압 정수기 시장이 위축될 우려는 없다는 게 황순목 팀장 생각이다.
그는 “차량도 고급 세단이 있고 스포츠카가 있듯이 웅진코웨이도 다양한 라인업을 갖췄다고 보면 된다”며 “소비자 취향에 맞춰 선택의 폭이 늘어났다”고 전했다.
황순목 워터케어팀장은 “올해 정수기 업계 화두가 직수와 직수가 아닌 제품으로 나뉘었다면 내년은 일반 직수와 프리미엄 직수로 양분될 것이다”며 “웅진코웨이 기술력이 응집된 한뼘 시루직수 정수기로 프리미엄 직수 정수기 시장을 확대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권혜미 기자(hyeming@zdnet.co.kr)